아빠품에서 얌전해지는 우리아기

 


남편은 내가 출산을 하고 조리원을 퇴소한 뒤
바로 육아휴직을 했다.
그날부터 지금 우리 아기가 5개월이 되는
오늘까지도 같이 아기를 키우면서 생활하고 있다.
아기 예방주사나 치과 진료 또는 빨래방을 가는
날이 아니면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
코로나여파때문이기도 하지만 육아에 지쳐
나갈 힘도 없었고 만약 힘이 있다고 해도 육아는
끝이 없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굳이 바깥으로
다 같이 외출하지는 않았다.


내가 임신을 한 것을 알게 된 날부터 출산 직전까지
남편은 내가 출산만 하면 자신은 육아휴직을
내서 아기는 자신이 잘 키울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호언장담했다.
또한 아기 키우는 게 왜 힘든지 모르겠다면서
산후 우울증이 있는 여자들은 이해가
안 간다고도 말했다.
그때까지 남편은 아기는 배고플때 밥주고
잠 올 때 재워주고 제때제때 기저귀만 갈아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비슷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심 걱정됐다.
그 걱정은 현실 그 이상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고 또한
조리원 퇴소 다음 날 새벽에 알게 될 거 라는 건
더더욱 몰랐다.
그날 새벽에 그 순하던 우리 아기천사는
하늘로 올라갈 듯 울어쟂혔다..
조리원 간호사들이 엄청 순하다고
밥 먹고 바로 잠만 잔다던
우리 아기천사는 어디 갔는지...
아기는 1시간 혹은 2시간마다 열심히 울었다.
나는 울 때마다 젖을 먹였다.
아기는 고개를 미친 듯이 가로지면서
내 젖을 찾아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온 힘을 다해서 젖을
받아먹었다.
먹이고 난 뒤 트림을 시키고 기저귀를 확인했다.
그 당시 출산한 지 1주일 반밖에 되지 않은
나였기에 허리 상태는 최악이었다.
허리를 수그리면서 아기 기저귀를 확인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남편도 계속해서 같이 했지만
모유수유 중이었기에 아기는 거의 나와 함께했다.

제일 큰 문제는 아기 겉싸개이다.
바보같이 여름용 겉싸개 천을 사는 바람에
아기가 팔다리를 버둥거릴 때마다
서서히 풀려버렸다.
남편과 나는 조리원에서 배운 싸는 법으로
겉싸개를 쌌지만 계속해서 풀어져 버려
결국 부부싸움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참 바보 같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다가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여자들은 어떻게 애 낳고 바로 애를 키울 수 있는
거냐면서 산후우울증 안 오는 게 더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했다.
남편이 같이 육아를 하므로 그렇단다.)

 

 

 

아기를 재우고 난 뒤 낮잠자는 남편

 


나는 남편한테 항상 감사한다.
남편은 나보다 더 아기를 잘 재운다.
심지어 젖병으로 유축수유를 먹일 때도
남편이 더 잘했다.
그리고 새벽에 내가 아기를 보다가 너무 힘들면
남편을 바로 불러서 애를 대신 봐줄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내가 아기를 볼 동안 집안일은
거의 남편이 했다.

밥, 빨래, 청소 다 남편이 했다.
남편은 자기가 주부에 적성이 맞는거 같다고 했다.
나도 그건 크게 동의한다.

나 혼자 아기를 본다고 상상은.. 하고 싶지 않다.
사실 부부가 아기를 같이 육아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서로의 관점도 생각도 다르며
둘 다 아기를 처음 키워보기 때문에
그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육아스킬이 늘어나는 남편

 

 

하지만 남편의 육아휴직으로인해
아빠와 아기의 유대감 형성에 확실히 기여한건 사실이다.

우리아기는 아빠를 좋아한다.
우리 아기는 웃음이 참 많다.
특히나 아빠와 있을 때 더 잘 웃는다.
또한, 낯가림이 전혀 없다.
성인 남자인 의사 선생님을 봐도 좋다고 웃고
예방주사 맞기 직전까지 간호사분이 좋다며
까르륵 웃는 아기이다.
가끔 남편이 도둑한테 잡혀가도 좋다고
웃을까 봐 걱정이라고 할 정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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