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질 게 터진 건지..
우리 집 고양이가 우리 아기를 물었다.
한순간이었다.
막을 세도 없이..
천만다행인 건 팔에 물은 것과
세게 물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아기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큰소리로
울고 있었고
고양이는 쌰악거리고 있었다.

아기 손에는 고양이 털이 한가득했고
나는 너무 놀라서 바보같이 악악 거리
아기 몸을 곳곳이 살펴봤다.
혹시 할퀸 자국이 있는지 얼굴은 괜찮은지
남편은 작은방에서 달려오더니
나보고 흥분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놀라서 소리 내면 아기가 더 운다고...

나는 아기가 다친 곳은 없는지
더 봐야 한다고 했지만 남편은 일단 아기를
달래야 한다며 자기가 아기를 안고 달랬다.

아기는 다행히 1분에서 2분 남짓 울더니
금방 그쳤다.
(참고로 우리 아기는 주사 맞고
안아만 주면 바로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선 10분 정도 내가 아기를 안고
있다가 다리 사이에 아기를 앉혔다.
그런데 맙소사
아기 팔에 떡하니 이빨 물린 자국이 있었다.
작게 빨간 점이 3개가 있었고
(말이 빨간 점이지 물려서 피가 살짝 보였다.)
그 주위는 빨갛게 아주 살짝 부어올랐다.

진짜 눈물이 나올뻔했다.
너무 속상하고
화나고
고양이가 너무 밉고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내가 조금만 더 아기한테 관심을 줬으면
피곤하다고 누워있지 않고
아기랑 놀아줬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남편을 불러서 어떡하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남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전화해서 가봐도
따로 해줄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걱정하고 그러니 가보자고 한다.

일단 아기가 전용으로 가는 병원에 전화해보니
병원에서는 대학병원 응급센터나
더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병원 응급센터에 전화해보니
영유아과에 전화해보라고 한다.
그래서 영유아에 전화해보니
응급실 외상센터로 바로 가면 된다고 한다.

그렇게 바로 외출을 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 아기를 데리고 응급실로 갔다.
날씨도 최악이었고 내 마음도 최악이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응급실에 가서 접수하고
선별실 같은 곳에 가서 아기가 물린 곳을 보고
맥박을 점검하더니 설명서 종이와 환자 띠를 주며
바로 외상센터에 가고 띠를 보여주면 된다고
하신다. 또한 고양이한테 물린 거 정도면 크게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아서
그냥 돌아갈 수도 있다고 나한테 말해줬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외상센터 안에 들어가서 남자간호사분께
띠를 보여주니 보호자인 엄마가 차고 있으라고
하며 일단 앉아있으라고 한다.


앉아서 1분 정도 기다리니 젊은 의사분이 오신다.
아기 팔을 보시더니 고양이한테 물린 거 맞냐고
확인해보시고 고양이 나이와 예방접종
그리고 우리 아기 예방접종 상태를 점검하셨다.
다행히 우리 집 고양이는 예방접종을 다 하였고
아기도 3차까지 다 맞은 상태였다.

의사는 딱히 크게 해줄 건 없고 소독하고
먹는 약 처방해주는 게 다라도 한다.
다행히 아기 팔에 깊게 물린 것도 아니라며..
일단 고양이 이빨에 물린 거니
고양이 입은 더러우니 소독이 필요하며
오늘은 목욕시키지 말라고 하신다.

빨간약에 물든 커다란 면봉을 꺼내더니
우리 아기 물린 3개의 자국에 톡톡 해주시고는
기다리라고 하신다.
살짝 아기와 내 곁에 떨어지시더니
다른 여의사분과 대화하신다.
개한테 물리면 보통 다 곪는다면서
치료하기도 까다롭고 힘들다며...
고양이한테는 할퀴어서 살이 찢어지는 것보다
물리는 게 낫다고 하신다..
참 보호자가 3걸음 앞에 있는데
그런 말들을 담담하게 하니 조금 어이없었다.

그리고 다른 여의사가 오더니 아기한테
밴드를 잘라서 붙여준다.
자세히 보니 한 자국 더 있었다.
그리고는 끝이 났다.
그렇게 수납하고 약 처방 받고 가시란다.

빨간약 바르고 말리는 중인 아기팔
치료받은 아기팔



그렇게 수납하고 영수증을 보니 가격이
어마어마했다.
빨간약 바르고 반창고 붙이는 가격이다.
그렇게 약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참고로 약은 페니실린계항생제로 처방받았다.

응급실 비용 76,665원
약값 3,000원

약은 5일 치 하루 세 번 3mL씩 식후 30분 후에
먹이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아기는 약을 잘만 받아먹었다.

결론: 아기한테서 눈을 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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