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인데 울어도 괜찮을까요?

임신 내내 나는 내 인생에서 제일 많이 울었다.
매일매일 운 적도 있고 남편이랑 싸우다가 운 적도
있고 새벽에 자다가 운 적도 있고 심지어 자다가
일어났는데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적도 있다.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고
그때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여서
그런 걸 수도 있었다.
정확한 원인은 나도 잘 모르겠다.
타블로그나 다른 카페 글 말로는 호르몬 때문인 거
같다고 다를 그러는데 꼭 호르몬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누구든 살면서 제일 행복해야 할 순간에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우리 아기가 나한테 찾아왔다.
계획적인 임신이었지만 임신이 이렇게
빨리 쉽게 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적어도 3개월이나 길면 반년 이상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아직 젊고 건강해서인지 아니면
첫 임신이라서 그런지 임신은 너무나 쉽고 빨랐다.
심지어 바보 같게도 5주가 되도록
임신 사실을 몰랐다.

임신한걸 알게 되 계기도 라면 먹다가
입덧을 했을 때였다.
그다음 날인 주말에 산부인과에 가서
우리 아기를 처음 본 날은 잊을 수 없었다.

내가 울 때마다 남편은 외우냐고 물었고 화도 냈다.
내가 운다고 해서 단 한 번도 위로해준 적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울고 싶지 않았지만
난 호르몬에 졌다..
호르몬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임신했을 때
우는 건 좋지 않다고도 하고 울 거면 차라리
속 시원하게 다우는 게 좋을 거라고도 하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고르자면 끙끙 앓다가
스트레스만 더 키우는 거 보다는
푸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배 속에 있는 아기도 안다.
엄마가 우는지 아닌지..
내가 울 때마다 배는 빠르게 딱딱해졌다..
울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은 계속 났고
울고 싶지 않은데도 눈물은 멈출 수 없었다.
그때마다 우리 아기한테 너무너무 미안했다..

다행히도 5개월인(24주, 168일)
우리 아기는 울음보다 웃음이 많은 아기였다.
조금만 놀아줘도 기쁘게 깔깔거리며 웃고
뺨에다가 뽀뽀해줘도 웃고
심지어 엄마가 진짜 기침을 하는 데도 좋아라.
깔깔 끽끽 숨이 넘어가라 웃는다.
(그때 엄마 좀 섭섭했다. 아가)
남편은 우리 아기가 도둑이 잡아가도 좋아라.
웃을까봐 걱정할 정도이다.
다행히도 임신 기간 내가 울었던 건
아이에게 크게 영향을 준 건 아니었던 거 같다.


주위 사람들이 말하길 우리 아기가
엄청 순한 편이라고 한다.
물론 나와 남편은 동의하지 않는다..
육아란 그런 거 같다.
세상천사같이 착한아기도 힘든거 마찬가지다.
키우기 쉬운 아기란 없다.

내가 울 때 신경 쓰지 않던 남편
그땐 아주 섭섭했지만,
와이프를 위해서 망설임 없이 육아휴직도 쓰고
매일매일같이 육아 전쟁을 함께해줘서 늘 고맙다.
(육아 스킬이 나보다 더 고단수인 거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