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열심히 벽지를 긁고있는 우리아기!



우리 아기는 몇 주 전쯤부터
벽지를 긁어대고 계신다.
이 글을 쓰기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소파 위로 올라가서 소파 등받이 부분을
자기 가슴에 기대어 작고 귀여운 손으로
벽지를 열심히 긁으셨다.
벅벅 소리가 날 정도로 긁으셨다.

긁고 난 뒤 손가락과 손톱을 한번 확인해봤는데
아주 멀쩡하시다.
나름 자기만의 스킬로 안전하게 긁고 있는 건가?
아니면 들리는 소리와는 다르게 나름 힘을
안 주면서 긁는 건가?
나도 잘 모르겠다.

여기서 다행인 건 우리 집 벽지가 전부
화이트 색상이라 긁어도 티가 안 난다는 거다.
심지어 우리 집 고양이도 몇 번 벽지를 긁어대서
찢어지고 흠집이 좀 있지만,
화이트 벽지여서 그런지 정말 엄청 초근접으로
보지 않는 이상 티가 나지 않는다.

어쨌든 처음에는 우리 집 고양이를
따라 하나 했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다.
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아기가 입이 끊임없이 오물거리며 젖을 찾는 듯
아기의 손도 끊임없이 움직였다.

우리 집 거실에는 고양이용 스트레처가 3개 정도
있는데 하나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5천 원짜리
고양이용 골판지 스트레처는
항상 우리 아기의 차지였다.

처음에는 골판지 재질이라 그런가
아기의 힘으로 충분히 분해가 가능해서
열심히 분해작업을 하시더니
어느 순간 자기 손톱으로 스트레처를 사용하신다.

우리집은 아기가 관심 가지는 물건이면
더럽거나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냥 지켜본다.
그래서 나도 그냥 지켜봤다.
지켜본 결과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아기는 움직였다.
열심히 기어가서
고양이 스트레처를 만지고 분해한 후
옆에 있는 아기 소품 상자에 손을 대더니
모유 수유 패드 비닐을 열심히 손으로 뜯으시더니
손톱으로 긁으신다.
그리고는 성애 안 차시는지
모유 수유패드는 집어던지시고는
소파까지 클라이밍을 하신 후
가슴을 등받이에 기대고 두 팔을 벌려서
벽지를 열심히 박박 긁으신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보면 매번 위치는
조금씩 바뀌지만,
거실에서 벽지를 열심히 긁고 계신다.

하루에도 2~3번 이상 하시고
한 번 할 때마다 기본 3분 이상은 긁고 계신다.
마약 같은 매력이 있는 걸까?
아니면 스트레스를 푸는 걸까?
아니면 손톱이 불편한 걸까?
나름 일주일에 2~3번 손발톱을 잘 잘라주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는 거 보면
그냥 습관이고 같기도 하다.

남편 말로는 자기가 아기를 안고
소파에 앉을 때마다 벽지를 긁고 있다고
하는데 자기 생각으로는 눈앞에 보이는 게
벽지밖에 없어서 뭐라도 만지고 긁고 싶어서
벽지를 긁는 거 같다고 한다.

듣고 보니 우리 아기가 불쌍해진다.
장난감이라도 더 사줘야 하는 걸까?

우리 아기의 벅벅 긁는 습관은 벽지와
고양이 스크레쳐에서 끝나지 않았다.

엄마의 가슴도 긁는다는 거다.

특히 모유 수유를 할 때 아기는
손가락을 쥐락펴락하는데 그때마다 손톱으로
내 가슴을 긁는 거라 엄청나게 아프다.
생채기도 생긴다.

저번에 유튜브에서 어떤 아기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모유 수유시키는 장면을 올렸었는데
댓글이 대부분 아기 손 엄청 작다.
꼬물거리는 게 너무 귀엽다. 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으윽 아프겠다.
잘 참으시네 대단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아기는 특히 잠이 오려고 할때
더 세게 내 가슴을 긁는데
긁고 난 뒤에는 어쩔 수 없이
비판텐으로 바르거나 가끔 방치하는데
이미 생채기란 생채기는 다 나 있는 상태이다.
엄마의 길은 멀고도 험한듯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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