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5개월쯤 저런 자세로 소리를 질러대셨다.



우리 아기는 4개월쯤부터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악마에 씌운 마냥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다.
처음에는 장난치는가 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갈수록 심해졌다.
심지어 남편이 옆에서 "악마야 물러가라!!"
이러면서 자기가 무슨 강동원이 된 마냥
퇴마사처럼 행동하며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우리 아기한테 퇴마의식(?)을 하셨다.

보는 내내 웃기긴 했지만 웃긴 거 보다
무서움이 컸다.
나중에 아기가 소리 지르지 않을 때
동영상을 봤는데 엄청나게 웃겼다.
그 당시에는 아기가 너무 아기 같지 않은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그런 소리를 내서 좀
무서웠었다. 아기가 아픈 건가? 하고
아기 상태도 체크해보고 열도 제 봤는데
내 눈에는 일단 정상이었고
아기 체온도 정상이었다.

그러다가 그냥 네이버에 검색해봤다.
"아기가 소리 지르는 이유" 대부분 아기가
자기 음역을 찾아가기 위해서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뭐 음역을 찾는 건지
지옥의 문을 열려는 건지 솔직히 점점 더 무서웠다.

5개월이 되더니 아주 그냥 밤마다
소리를 질러댔다.
꼭 뭔가에 씐 마냥 무서웠다.
보통 소리 지르면 그냥 놔뒀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기를 안았더니 바로 소리를 그쳤다.

처음에 뭐지?
그냥 놔둬서 그런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가끔 안고있어도 소리는 계속 질러댔다.
아기라서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고
그냥 안아서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 허리는 점점 망가져 갔다.

나중에 예방주사를 맞을 때
담당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아기는 그맘때쯤 소리를 지르니
그냥 놔둬도 괜찮다고 하신다.

그때는 아기 주사를 맞히고
나도 빨리 진찰 받아야 해서
더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러려니 했다.

신기한 건 우리 아기는 밖에만 나가면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새삼 조용해진다.
의사 선생님을 봐도 넋 놓다가 한번 방긋해주고
간호사분들을 봐도 한번 보고
요리 조리보고 방긋한다.
우리아기는 이중인격자인거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아기를 보면
아기가 참 순하네요.
키우기 편하겠어요.
라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네~ 키우기 편해요.
그럼 대신 키워주실래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겁쟁이이므로 그냥 웃는다.

6개월 때는 소리 지르는 것을 정점으로 찍으셨다.
아주 그냥 자유자재로 음역을 넘어가시면서
돌고래 소리까지 내셨다.
소리 지르는 정도가 아주 대단하셔서
거짓말 하지 않고 벽에 아기 돌고래 소리가 울린다.

한번은 아기가 내가 누워있는데
귀 쪽에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귀가 먹먹했다.
삐소리가 들릴 정도 였다.
가수를 시켜야 되는걸까?

이틀 뒤면 우리 아기는 7개월이 된다.
요즘은 가끔 소리를 지르는데
여전히 돌고래 소리이다.
차라리 돌고래 소리가 나은 게
낮은 동굴 소리로 소리 낼 때 소름 끼치게
무서웠었는데 돌고래 소리는 그나마 귀여워서
그냥 소리지에 안아줘야겠다 하면
바로 안아주면 10 초안에 그친다.

신기한 건 저번 주에 아랫집 분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는데 아기 키우는 거 맞냐고 물어보셨다.
어떻게 아기 우는소리 한번이
안 들리냐고 물어보셨다.
다행인 건가?
다행인 거겠죠?


결론: 아기가 소리 지르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기 음역을 찾아가는 것이다.
4개월쯤부터 낮은음으로 소리 지르다가
6개월쯤부터 돌고래 소리 연발하신다.
우리아기는 다행히 안아주면 바로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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