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는 건망증이 있다.
혹은 심하다는 말을 며칠 전에
남편이 카톡으로 보내주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카톡 사진에는
"임산부들의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은 그저
허구가 아니다.
실제 여성의 뇌는 임신 기간에 줄어든다.
따라서 오메가3(식물성)을 먹는 것이
건망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라고 적혀있었다.

참고로 나는 임신 기간 내내 오메가3를
매일매일 챙겨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건망증이 심했다.

나는 임신 당시 자주 남편한테 혼이 났다.
당시 남편은 자기가 한 말을 내가 계속 까먹어서
거의 항상 화가 나 있었다.
나는 기억하려고 해도 계속 까먹었다.
그래서 항상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놨었다.
문제는 적어놔도 까먹는다는 것이다.
남편은 자기를 무시하는 행동이며
자기를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내가 그냥 흘려들어서 당연히 까먹는 것이라고
하며 나한테 자주 화를 냈다.

나는 열심히 기억하려고 했지만,
항상 까먹었고 초조했다.
그 당시 나는 울고 싶을 만큼 힘들었었다.
사실 거의 매일 울었다.

임신은 신체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도 힘들게 했다.
너무 힘들었다.
항상 나는 깜빡해서 물건을 두고 오거나
남편한테 알았다고 한 일을 실행하지 않거나
기억났을 때 바로 해야 하는데
5분 뒤에 해야지 하며 잠깐 미룬 것을 1분도 되지
않은 채 까먹고 하지 않아
자주 남편한테 혼이 났다.

임산부 건망증은 임산부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한테까지 피해를 줬다.
그 때문에 항상 나는 초조했다.
임신 기간 동안 나는 까먹을까 봐
적어놓고 보고 계속 기억하려고 되새겨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결국, 다시 까먹었기에 답이 없었다.

임산부 건망증은 항상 나에게 스트레스였다.
문제는 산후에도 건망증은 계속됐고
갈수록 심해졌다.
아마 건망증도 건망증이지만
내가 애초에 게을러서 미루는 바람에
일이 더 꼬인 경우가 많았다.
무슨 일을 하다가 아 오늘 이거 하려고 했다! 라고
기억했을 때 바로 하면 되는 건데 아 좀 있다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한 다음부터
아예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다.
생각날 때 바로바로 했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요즘은 자격증 공부 중인데
신기하게도 공부할 때마다 전에 공부했던 부분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물론 단순 암기해야 하는 부분은 금세 까먹었지만,
이해력이 필요한 부분이나
수학 공식이 필요한 부분은 문제를 읽으면
금세 풀 수 있었다.
공부 머리랑 평소 생활 머리랑 따로 있는 건지
기억력 자체가 달랐다.
뇌는 항상 자극을 주면 좋다고 하는데
육아만 하다가 오랜만에 공부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많이 까먹지는 않았다.
아마 매일 집에만 있어서 건망증이 계속
심해지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지만
결국 내가 나 스스로 뇌에 자극을 주지 않아서
기억을 못 하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건망증은 스트레스로 이어져 결국
두통까지 유발하게 되었다.
가끔은 자기 전에 편두통이 심하게 온다.
또 가끔은 눈알이 빠질 것 같이
머리와 눈이 아팠던 적도 있었다.

어쨌든 나한테 임산부 건망증이든
산후 건망증이든 실생활에서 불편하기만 했고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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