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입니다.



임신하면서 치질이 심해졌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치질이었는데
임신 중기를 넘어가면서 치질이 극도로
심해지면서 돌출형 치질이 되었었다.
사실 돌출이라도 정말 조금 튀어나온 거라
씻을 때 손가락으로 넣으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넣어도 어느새 시간이 지나면 다시 튀어나왔다. 그 당시 더 커지진 않았으니
정말 다행인 걸 수도..

담당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임신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며 산후까지 지켜보자고 하셨다.
어쨌든 임신 기간 내내 치질을 달고 살았지만
피가 나거나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생활하면서 조금 불편한 정도?
신경 쓰이기 때문에 불편했다.
그러다가 출산을 하고 나서 3개월 정도 지나니
돌출형은 사라지고 똥고가 쏙 들어가 있었다.

문제는 출산 직후였다. 정말 끔직 오브 끔직 이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고통과 쓰라림
그리고 수치스러움...
출산 당시 나는 무통 주사를 이미 2번이나 받고
하체에는 감각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갔다.
정신없는 와중에 미역국도 몇 술 뜨고
남편은 나한테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겨주고
한참을 있다가 내가 등 떠밀듯 밀어서 집에 보냈다.
그때까진 무통 주사의 효과 덕분인지
아무런 느낌도 안 났다. 사실 멘탈이 거의 다
나가있는 상태라서 남편한테 주저리 주저리
했던말을 또하고 또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회음부 절개한 곳은 너무나 미친 듯이 쓰라리고
오로는 미친 듯이 나오고..
그냥 한순간만 아픈 거면 참을 만하겠는데
이게 누워있어도 아프고 앉아있으면 미칠 거 같고
(도넛 방석을 써도 아픈 건 마찬가지였다)
걸으면 허벅지 사이에 살 때문에 스쳐서
쓰라려서 더 미치고..
덕분에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 다녔다.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날 간호사가 회음부를 한번 봐야 한다며
검사하시는데 잘 붙어있고 실은 녹는 실을 써서
그냥 놔두면 된다고 하셨다.

(산후 4일쯤에 화장실에서 밑을 닦다가 실이
뿅하고 나와버렸다. 다행히 절개부위는 잘
붙어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면서 빨간 약 같은 걸로 한 번
소독하시는데.. 정말 아파 미치는 줄 알았다.
나는 너무 아프다고 무슨 방법이 없냐고 물었는데
너무 아프시면 마약성 진통제가 있다고 하신다..
모유 수유도 하고 싶었기에 그냥 참기로 했다.

그렇게 병원에서 2박3일을 보내고 맨 꼭대기 층인
조리원을 가게 되었다.
나의 고통은 조리원에서 피크를 찍었다.
출산만 하면 고통은 다 끝일 줄 알았더니
아주 헬파티였다..
회음부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었더니
이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이번에는
치질이 엄청나게 심해진 것이다.
돌출이 엄청나게 심해지더니 원래
새끼손톱 3분의 1만 하던 돌출이 아주 엄청나게
무시무시하게 커졌다.
그냥 새끼손톱만큼 커졌다….
심지어 아프기까지 했다.
손가락으로 넣을 수도 없었다.
아마 출산하면서 힘주기 할 때 내 항문도 같이
나와버린 거 같다.
거울로 한번 비춰봤는데 이건 당장 수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정도로 심했다.
그래서 그날 바로 조리원 수업과 우리 아기 모유
수유까지 다 포기하면서 병원으로 내려갔다.
담당의와 먼저 만나서 보여주고
담당의는 출산하고 며칠 안됐기 때문에 치질이
심해진 거라고 하시면서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호전될 수도 있다고 하신다.
그래도 유방 외과를 가보라고 하셨다.
참고로 그 병원의 유방 외과 선생님은 항문도 잘
다루신다고 했다.
그 당시 회음부도 여전히 아팠기에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냐고 물어보니 보통 일주일 길면
10일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거의 한 달 정도 아팠다.
다행히 염증 같은 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유방 외과에 가서 항문 검사를 하고
상담을 받는데 의외로 의사 선생님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셨다.
큰 이상은 없어 보이고 바르는 크림형 약을
처방해주신다고 하셨다.
또 조리원에 있는 좌욕기를 하루에 최소 2번 이상
사용하라고 하셨다.
수술은 안 해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니 원래 치질이
있던 산모들은 출산 후에 심해졌다가 간단한
약물치료로 호전된다고 한다.
또한 둘째 계획이 있으면 수술은
안 하는 게 좋다고 하신다.
치질은 수술해도 재발확률이 높다고 하신다.
또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기에 수술은 좋지
않다고 하셨고 수술하면 육아는 최소 몇 달은 안
하는 게 좋다고도 하셨다.
그렇게 약만 처방받고 조리원으로 돌아와서 바로
좌욕기를 하러 갔다. 좌욕기 사용 후 방에 들어가서
한번 씻고 약도 바르고 인터넷에서 찾은
케겔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 결과 돌출형 치질은 사라졌다.

결론: 출산 후 회음부 절개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다가
추가로 치질까지와서 헬파티를 겪고 지금은 멀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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