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모유 수유 하던 중 잠든 적이 있었는데
깨어나 보니 젖꼭지가 엄청 아팠었다.
통증이 어마어마했다.
뭐라 설명이 안 되는 아픔이었다.
화상 입은 듯 화끈거리면서 끝없이 아팠다.

자세히 보니 왼쪽 젖꼭지에 물집이 잡혀있었다.
세상에나... 아기한테 젖 물려서 재우려고 하다가
나까지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한쪽 젖만 먹인 것도
모자라 물집이라니 살다 살다
젖꼭지에 물집 생기는 날이 올 준 전혀 몰랐다.

내가 생각했을 때 물집 생긴 원인은
일차적으로 당연하게 아기한테 젖을 물려서이고
이차적으로는 제대로 깊게 물리지 않아서
이렇게 젖꼭지에 물집이 생긴 듯 하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항상 아기한테 깊게 물리라고
최대한 아기 입에 꽉 차게 깊게 모유 수유 하는 것을
강조했다.
나는 아기가 불편할까 봐 깊게 보다는
야간 중간쯤으로 물린다.
(매우 개인적인 생각이며 감으로
먹이는 거라 정확하지는 않다.)

아마 항상 물리던 대로 중간쯤으로
물렸다가 아기가 자면서 빠는 힘이 약해지면서
서서히 젖이 아기 입 밖으로 나가면서
젖꼭지만 아기 입에 걸려서 계속 빨리다가
물집이 생긴듯하다.

정말 이렇게 작디작은 입에서
이런 힘이 있다니 너무 아프고 어이가 없었다.

왜 간호사분들은 깊게 물리라고만 말만해주고 깊게 안 물리면 어떻게 되는지 말을 안 해주셨을까..
사실 말해줬어도 난 제대로 안 했을지도 모른다.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
이렇게 넘겼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너무 아파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고민하던 중에 남편한테 알렸다.
개인적으로 병원은 가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벌어진 일이라
외출 자체를 거의 하지 않았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아기에게 젖을 물려서
물집이 터질 때까지 자연스럽게 놔두는 방법이
좋다고 적혀있는데
아파죽겠는데 여기다가 젖까지 물리라니..
말도 안 된다.

어차피 아기 입으로 들어갈 물집
그냥 내가 터트리고 젖을 물리는 게 낳겠다 싶어서
남편한테 알린 것이다.

남편은 내 젖꼭지를 보더니 왜 이래? 하면서
쳐다봤다.
나는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잠깐만 있어 보라고 했다.
남편은 의료용 주사기 바늘을 가지고 와서
눈앞에서 뜯더니 내 젖꼭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물집을 터트렸다.
바늘이 엄청 날카로워서 그런지
다이자 마자 물집이 터졌다.
남편은 바로 알코올 솜 포장지를 뜯어내
젖꼭지에 가져다 댔다.
솔직히 알코올 때문에 엄청 아픈 줄 알았는데
전혀 안 아팠다.
오히려 물집 때문에 있었던 통증이
아프면 더 아팠지 물집을 터트리고 나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물집을 감싸고 있던 하얀 살을 때고
나니 그 안에 젖이 나오는 큰 구멍이 생겼다.
가슴이 계속 딱딱해서 물티슈로 가슴과 젖꼭지를
한번 닦은 후 스펙트라 유축기로 유축했다.

그랬더니 아까 물집을 터트린 부분에
생긴 큰 구멍 쪽에서 아주 큰 물줄기가 쫙쫙 나왔다.

다른 모유 줄기에 비해 한 3~4배가량 굵었고
엄청 많이 나왔다.
평소에 100mL 정도 나왔다면
그날은 200mL 정도 나왔다.
쌓이고 쌓였던 게 나온 건지,
막혀있던 모유가 한 번에 나온 간지
어쨌든 다행히 물집도 터트리고
모유 유축도 다 해결했다.

참고로 지금은 그 구멍은 나중에 확인 해 보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결론: 모유 수유 시 젖을 깊게 안 물리면
젖꼭지에 물집이 생긴다.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의료용 주삿바늘로 터트리고
알코올 솜으로 소독후 말리고 물티슈로 닦고 나니
통증은 바로 사라졌고 그 자리에 큰 구멍이 생겼다.
큰 구멍은 2달 정도 지나고 확인해
보니 사라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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